편지

나는 나름 잘 지내 이것저것 일이
많긴 해도 달라진 거 없어 여전히
만나는 좋은 친구들은
아직까지 내 곁에 있지
다들 어른이 되고 있긴 하지만
딱히 바뀐 건 없어
모이지 항상 같은 곳
내가 타고 다니는
똑같은 버스와 전철
창밖을 생각 없이 보면
문득 네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발견하게 돼
사실은 똑같은 날의 반복 속에서
너의 기억을 주워 담으려는 것 같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에게서 닮은 모습을 찾어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왜 이리 무거운지
그냥 피곤해서 인지,
내가 아직 널 담고 있어서 인지

잘 지내겠지
평소같이 있다가 문득
그냥 생각이 나서 그래
자주는 아니겠지만 가끔
너도 내 생각을 하는지

그래 잘 지내겠지 좋은 일이
많아 보이는 것만 같던데
확실히 바빠졌을 것 같아
날 빼고서도
그 자릴 채워 넣을 게 많아
온전히 비워냈겠지
너는 언제나 현명했으니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게
항상 머릿속에는 가득 차 있었지
도저히 다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네.
힘들진 않을까 걱정돼도,
너는 잘 해내겠지
어떻게든 항상 그래왔으니
내가 할 건 어떻게든
멀찍이 돌아서서
내 일에 몰두하는 것
알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걸
아직도 길을 걷다 내게 익숙한
향기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멈추잖아

잘 지내겠지
평소같이 있다가 문득
그냥 생각이나서 그래
자주는 아니겠지만 가끔
너도 내 생각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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