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der

그녀는 어린 나이에
상경해 돈을 벌어야만 했었지
한창 사랑받아 마땅한 소녀는
할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해
네모난 공장으로 두 발을 옮기네
남들보다 일이 서툰 게
당연하지만 그곳에서는 죄가 돼

그녀는 코피를 쏟으면서도
매일 밤까지
구부린 채로 자릴 뜨지 못해
내가 무너지면 안 돼
유일한 할아버지를 위해서
언니와 너무나도 가녀린
몸을 이끌어

피곤에 찌들어버려 잠들어
아침이 되면 베개가 축축해지곤
했었다고 말하네 슬쩍 웃으면서
좋아 보였어 사랑하는 사람도
이젠 생겼다면서
얘길 들어줘서 고맙다며
또 오겠다고 자리를 떴지

하지만 왠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아픔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자신의 깊은 곳을 알아버린
사람에겐 오히려
멀어지려고만 하지
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그녀에게 그 사람이 힘이 돼 줬으면
웃음을 되찾아 줬으면

중년의 남자는 한참
한마디 말도 표정의 변함도 없었지
하나 읽히는 게 있다면
거친 손에 난 굳은살
분명히 쉽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아온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술잔을 털어 넣고서 내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기 시작했어
다 해진 지갑을 뒤적거려
꺼내 보인 건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의 증명사진
잠깐 머문 미소는 금세 사라져 버려

되고 싶다고 했어 좋은 아버지
하지만 그러지를 못했대
퍼부어버린 마음에도 없는 말과 손찌검은
주워 담을 수 없더라고
밤늦게 퇴근 후 돌아와서
자신을 반겨주는 건 술뿐이더라고

그 남잔 연신 잔을 비워냈지
인간은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이미 늦은 일은 없지
두 손만 봐도 얼마나
고되고 외로웠을런지
한 발짝 씩 천천히 다가가서
더 이상 외롭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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