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사모 (조지훈)'

난 이별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시를 읽을 때면
이별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랑을 다해 사랑을 하느라고
정작 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는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로 쓴 글이여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 우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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