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

토요일 오후, 나른한 햇살
밝은 정적, 따스한 공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야
오랜만에 들려오는 사람 소리
간만에 맡아보는 가을 냄새
멍하니 하늘 보고, 구름으로 그림 찾기

커피에 얼음을 넣을까?
선선한 오후, 사소한 고민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져
기지개 크게 펴고
결국 차가운 커피를 마셔
(역시 커피는 아이스)

우리 집 고양이, 아침부터
햇볕 가득한 자리에 누워
팔자 늘어진 채 낮잠을 자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갈까 말까, 일어났다 앉았다
결국 다시 소파에 털썩
오늘따라 참 아늑해

벽시계는 벌써 정오
오늘따라 시간도 느릿느릿
(점심엔 뭐 먹지?)
오랜만에 실력 발휘 해볼까
냉장고를 열어보다
결국 서랍 속 라면을 꺼내
(주말엔 역시 라면)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져
내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우리 고양이랑 같이
나도 슬슬 졸려
(그냥 누울까?)
침대로 가기엔
아까운 가을 오후라서

억지로 잠을 떨치고 벌떡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오늘은 낮 공기마저 나른해
바람 한 점도 없고
하늘 구름도 아까랑 그대로

봄의 분주함도
여름의 무더위도 다 지나
겨울의 쓸쓸함 오기 전에
푸근한 가을 주말 오후
알록달록 단풍보다
유독 높고 파란 하늘이 더 좋아
오늘 가을 오후 날씨
나도 모르게 마음이 느긋해져

문득 떠오르는 여러 생각
일부러 억누르며
이것저것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리를 채워
이어폰도 안 끼고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벌써 세 시
(난 두 시쯤이 딱 좋은데)
이런, 가을 토요일 오후
참 좋아하는 시간
토요일 오후, 나른한 햇살
밝은 정적, 따스한 공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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