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빛이 내 눈에
누군가가 쏘아 올린 우울함이겠지
네 평짜리 방에 누워 눈을 떴을 때
매번 내게 비춰지는 이 빛을 기억해
초록색 빛이 내 눈에
누군가가 쏘아 올린 희망인거겠지
창문밖에 다른 창문 속에 너의 눈앞에
놓여있는 여행 책자 그리고 캐리어인거겠지

내가 또 할 수 있는 건
그저 바라볼뿐인가 창문밖을 멍히 보며
왠지 누구 탓을 하고 싶은데
창문 밖이 검어 비춰보이는건 썩은 얼굴 뿐이기에
타인의 표정을 탓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들을 마구 깎아내려
만들지 또 패배자의 공감대
밝은 빛은 최악이야
모두 제발 썩어 있는 자신의 내면만을 쳐다보길 바래

빨간색 빛은 내 눈에
쏘아지지 않지 당연한 거겠지
누군가가 가진 붉은 빛을 봤을 때
전부 다 뽑아 파란빛을 넣고 싶은데
나는 늘 빛의 그때 기분을 탓해
사실 내 기분이 먼저인데 또 알게 뭐냐 해
나는 그냥 탓을 하고 싶은 게
맞아 그래서 난 웃고 있는 너를 증오해
제발 세상에 하얀빛이 없었으면 해
내가 가진 그림자가 더 커져가니 말야
세상엔 우울함만이 있었으면 하지
내게 열정 따위 보이지 마
게으름이 티가 나게 하니까
나는 그냥 쳐져 잠을 자고 싶어
나의 부족함을 더이상 잘 알고 싶지 않지
나의 어두움을 그만 보고 싶어
열등감은 내게 이제 힘이 되지 않지

어두운 곳에서는 빛이 더 빛나지
내가 가진 파란빛도 역시나 마찬가지
누가 뭐라 해도 결국 계속 해는 져 마치
여긴 구멍 속이라는 걸 내게 증명하듯
누군가의 꿈으로 내게 열등감을 강요해
그게 힘이 된다는 듯 선택해온 단어엔
검은색 사선만이 가득하지 바다같이 물든 머릿속엔
증오와 비난만이 말을 거니 앞이 없지
빛은 내게 두려움
빛은 내게 우울함을 주거나 또 왜소함을 밝혀주는 불
빛은 내게 그럴 듯한 꿈을 안겨 주고 나서
가차 없이 현실 속에 나를 가둘 듯이
밝게 빛나지 밝음은 내게 길잡이
나의 치부를 지나치게 밝혀 다시 깨닫지
작은방 안에 미닫이는 반쯤 가린 커튼과 함께 또 나를 가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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